The allegory imprinted in the creases of the time and space

Lee sun young

The trace of the Ruin

In Eerip’s work, the wall revealing cut sections seems like a cracked body. The time and space originally far apart and unrelated start to interact and resonate with each other when disorderly jumbled objects inside the wall suddenly exposed to the air. In where things like a torso and bananas sit inside the cut cement wall, there is a trace of trauma. The protruding objects appear to potentially pierce the body again at any moment. Meanwhile in , the objects covered with bloodlike red paint are crouching inside a plaster bust, which seems to have been once burst open.
In , the red paint or the keen edged, blood covered objects are rushing towards a chair on the opposite side. What is present here is the fatal injury of the absent. In the pushed out objects projecting from the chink on the wall destroy the chair on the opposite. Objects flow backwards around the hole, at which it should function as a passageway for ejecting wastes. The worn out objects bursting out from the washbasin, whose original shape and function unknown, seems not to comply with the law of gravity. There also are full of unidentified wastes in an antique closet, teetering on the brink of being flushed out from the closet.

When things that should disappear reappear, and when the excreted matter floods back in to the body, people feel fear and disgust. The objects that evoke fear and disgust are omnipresent in one’s everyday routine such as the wall, the closet and the washbasin. Eerip’s works present scenes that the bizarreness is maximized in the most familiar surroundings. These out of use, solidified chunks sometimes are displayed on a banquet table or enshrined in a glass as if they are precious collection. However, they feel so foreign that hardly edible or suitable for contemplation. The fragments detached from their familiar context become the object for fetishism. They provoke the sense of both fascination and uneasiness. The creases exposed through in between the sliced facets on the wall and the objects entombed inside do not invoke the sense of stability, which is the feeling we get from the long been dead fossils or antiquity. Rather, the fragments are loaded by latent antagonistic energy hence could exert the energy towards the subject when pushed out by certain external stimuli. In this stage, the traces formed over a long period of time function as the most persuasive medium. The meticulously oil-painted still life preserves the sedimentary layers of time in its entirety. The resonance not only occurs in between the spaces that are far apart but also the distant time.
The forgotten events from the remote antiquity recur as the enduring memories re-connected to each other again. The fragments of one’s forgotten memories sunk to the abysmal depth in the oblivion rise up to the surface. These segments or wreckage of the subconscious awaken the subject likewise a daydream or a nightmare does. Nevertheless, the figurations of the newly assembled are neither solid nor permanent. Through the resonance they are only inosculated and intertwined momentarily. It soon will be rearranged, generated by the next resonance. Here, the aesthetics of Modernism that are neatly set in space is challenged, which had overcome the nightmare of the diachronic, the futile. The non-attributable fragments, which bear numerous unpredictable figurations, become the object of archeology instead of becoming the material for experiments then serving for the purpose, which were the typical strategy of the Avant-Guard and Modernism. However it is not just a regression. The age when the notion of totality or the complete whole exist no more, the abruptly protruded fragments bring forward the notion of differences and otherness and reinforce them.

시공간의 주름에 각인된 알레고리

이선영

폐허의 흔적들

이이립의 작품에서 절단면을 드러내는 벽은 마치 갈라진 몸 같다. 그 안에 무엇에 쓰였는지 모를 온갖 잡동사니들이 모여 있다가 갑자기 바깥에 노출되자, 서로 떨어져 있던 시공간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공진(Resonance)’하기 시작한다. 절단된, 또는 갈려 나간 시멘트 벽 안에 매몰되어 있는 토르소와 바나나와 철근 같은 사물이 등장하는 작품 〈The Fragments-‘the Uncertainty of the Poet’〉은 돌출물이 다시 몸을 쑤셔올 것 같은 트라우마의 흔적이 있다. 한편 작품 〈The Fragments-‘파편의 조각들’〉에서는 터져나간 흉상 속에 피 같은 붉은 물감 범벅의 사물들이 웅크리고 있다.
붉은 물감, 또는 피가 묻은 날이 선 사물들이 마주한 의자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작품 〈The Fragments-‘Evening Call’〉에서 현전하는 것은 부재자의 치명상이다. 한편 〈The Fragments-‘대화’〉에서 갈려진 벽 사이에서 튀어 나오는 사물들은 그 밀려나오는 힘에 의해 맞은 편 의자를 부수고 만다. 폐기물이 빠져나가야할 구멍에서는 역류 현상이 일어난다. 〈The Fragments-‘어느 날’〉에서 세면기 속에서 분출하는, 형태와 기능을 알 수 없는 낡은 폐기물들은 중력에 반(反)한다. 정체모를 폐기물은 고풍스러운 장롱에도 가득 쌓여 있어 열면 우르르 쏟아질 둣 위태롭다.
사라져야 할 것들이 다시 나타날 때, 몸 밖으로 배설되었던 것이 다시 휘말려 들어올 때 인간은 공포와 역겨움(Abjection)을 느낀다. 공포와 역겨움의 대상은 벽, 장롱, 세면기 같은 일상의 공간 속에 편재해 있다.

이이립의 작품은 기괴함(Unheimlich)이 친숙 함 속에서 극대화된 장면을 보여 준다. 이 쓸모없이 굳어져 버린 정체불명의 덩어리들은 때론 잘 차려진 식탁에 놓여 만찬이 되고, 진귀한 수집품처럼 유리병 안에 안치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물감이 강해 먹기도, 관조하기도 힘들다. 익숙한 맥락에서 탈각된 단편들은 강한 물신성을 발산한다. 그것은 매혹과 불안의 양가 감정을 건드린다. 잘려진 단면이 만들어 내는 주름과 그 사이 사이에 켜켜이 쌓인 것은 화석이나 골동품 같이 죽은 지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고색창연한 안정감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활성화되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살아있는 단편들로, 어떤 충격에 의해 노출되자마자 밀려 나오고 쇄도하며 주체를 압박한다. 이 무대에서는 시간이 많이 경과해 생긴 흔적들이야말로 설득력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유화로 정교하게 그려진 정물에는 시간의 퇴적층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공진은 멀리 떨어진 공간뿐 아니라, 시간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잊혀지고 단절되었던 것이 다시 지속되고 연결됨으로써 아득한 때와 장소에서 벌어졌던 원초적 사건이 반복된다. 자신의 것이었지만 망각했던 무의식의 단편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층에서 표층으로 올라온다. 이 부유물, 또는 잔해는 백일몽 또는 악몽처럼 주체를 각성시킨다. 그러나 단편들은 완벽히 재조립되지 않는다. 그것은 여전히 침묵한다. 공진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접합될 뿐이다. 이 접합은 견고하지 않고, 곧 이어질 다음 진동에 의해 재배열 될 것이다. 잘 다듬어진 형식에 의해 시간(또는 역사)의 악몽을 극복하고, 질서있게 안착된 모더니즘의 공간적 미학은 부질없는 시간성에 의해 도전 받는다. 어디에서 떨어져 나온지 모를, 무엇으로 합체될지 모를 파편들은 모더니즘이나 아방가르드에서 전형적이었던 실험의 재료가 아니라, 고고학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퇴행에 머물지 않는다. 완전한 전체나 유기적 총체성에 대한 상이 무너져 버린 시대에, 불쑥 불거져 나온 단편들은 폐허의 흔적 속에서 차이와 타자성을 구축한다.